워런 버핏 자산의 90%는 왜 65세 이후에 생겼을까

종이 한 장과 워런 버핏의 자산

종이를 42번 접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닿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종이 한 장은 너무 얇다. 손가락 사이에 끼우면 거의 두께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런 얇은 종이가 몇십 번 접힌다고 해서 달까지 닿는다는 말은, 상식보다 농담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수학적으로 꽤 정확하다.

종이의 두께를 0.1mm 정도라고 해보자. 한 번 접으면 두께는 0.2mm가 된다. 두 번 접으면 0.4mm, 세 번 접으면 0.8mm가 된다. 여기까지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세 번이나 접었는데도 여전히 1mm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계산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접을 때마다 종이의 두께는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두 배가 된다. 처음에는 너무 작아서 변화가 잘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숫자는 무섭게 커진다. 열 번 접으면 약 10cm가 되고, 스무 번 접으면 100m가 넘는다. 서른 번 접으면 산보다 높아지고, 마흔두 번 접으면 달까지 닿을 만큼 두꺼워진다.

워런 버핏의 자산 이야기도 이와 닮아 있다.

워런 버핏의 자산 중 90% 이상은 65세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얼핏 이상하게 들린다. 보통 사람들은 젊을 때 열심히 벌고, 나이가 들수록 자산 증가 속도가 느려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버핏은 오히려 노년기에 자산의 대부분을 만들었다.

이것은 그가 65세 이후 갑자기 투자의 천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복리다.

복리는 조용히 시작해서 뒤늦게 폭발한다

복리를 이해하려면 단리와 비교해보면 쉽다.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구조다. 1억 원에 매년 10%의 수익이 난다면, 매년 1천만 원씩 돈이 붙는다. 1년 뒤에는 1억 1천만 원, 2년 뒤에는 1억 2천만 원, 3년 뒤에는 1억 3천만 원이 되는 식이다.

반면 복리는 다르다.

복리는 원금뿐 아니라 이미 생긴 수익에도 다시 수익이 붙는다. 1억 원에 10% 수익이 나면 첫해에는 1억 1천만 원이 된다. 그다음 해에는 원래 원금 1억 원이 아니라 1억 1천만 원 전체에 10% 수익이 붙는다. 그래서 2년 뒤에는 1억 2천만 원이 아니라 1억 2,100만 원이 된다.

처음에는 차이가 작다.

단리로 계산한 1억 2천만 원과 복리로 계산한 1억 2,100만 원은 겨우 100만 원 차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복리의 힘을 과소평가한다. 숫자로는 이해해도 감각적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리는 뒤로 갈수록 더 강해진다. 처음에는 이자가 작고, 그 이자에 붙는 이자도 작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이 원금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과거에 벌어둔 돈이 다시 돈을 벌고, 그 돈이 다시 또 돈을 번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부터 자산의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복리가 무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초반에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과가 비상식적으로 커진다. 종이를 접을 때 처음 몇 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다가, 30번을 넘기면서 갑자기 상상을 벗어나는 것과 같다.

버핏의 자산이 65세 이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같은 원리다.

버핏은 늦게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워런 버핏이 65세 이후에 자산의 대부분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가 젊을 때 가난했다는 뜻은 아니다. 버핏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돈과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젊은 나이부터 이미 뛰어난 투자자였다. 65세가 되었을 때도 그는 이미 엄청난 부자였다.

중요한 것은 그가 65세에 이미 큰 원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작은 돈이 복리로 불어나는 것도 대단하지만, 큰돈이 복리로 불어날 때는 차원이 달라진다. 100만 원의 10%는 10만 원이다. 1억 원의 10%는 1천만 원이다. 100억 원의 10%는 10억 원이다. 수익률은 똑같지만 실제로 불어나는 금액은 완전히 다르다.

버핏은 오랜 시간에 걸쳐 거대한 원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원금을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훌륭한 자산에 오래 묶어두었다. 팔고 사고를 반복하며 단기 수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과 자산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렸다.

이 기다림이 복리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복리는 단순히 “수익률이 높은 투자”의 문제가 아니다. 복리는 “수익률이 유지되는 시간”의 문제다. 아무리 높은 수익률도 짧게 끝나면 큰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아주 극단적으로 높지 않은 수익률이라도 수십 년 동안 이어지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버핏의 사례에서 진짜 놀라운 점은 그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아주 오랫동안 시장에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좋은 자산을 골랐고, 그것을 오래 보유했고, 중간에 흔들리지 않았고, 시간이 그의 편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버핏의 자산은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게 커졌다.

젊은 시절의 버핏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노년기의 버핏은 이미 벌어둔 돈이 돈을 벌어오는 단계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자산 증가의 주체는 노동이 아니라 자산 그 자체가 된다.

진짜 교훈은 오래 버티는 힘이다

워런 버핏의 자산 중 90%가 65세 이후에 형성됐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노후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적인 문장이 아니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핵심은 훨씬 현실적이다.

복리는 오래 버틴 사람에게 가장 크게 보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리의 힘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조금 오르면 팔고 싶고, 조금 떨어지면 도망치고 싶다. 남들이 더 빠르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면 조급해진다. 시장이 흔들리면 지금까지의 계획을 의심하게 된다.

그런데 복리는 바로 그 시간을 통과해야 작동한다.

종이를 10번만 접고 그만두면 달까지 갈 수 없다. 20번 접어도 여전히 부족하다. 30번을 넘기고, 40번을 향해 가야 비로소 상식을 벗어나는 결과가 나온다. 복리도 마찬가지다. 초반의 지루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후반의 폭발적인 구간에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버핏의 이야기는 단순한 부자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자라날 시간을 주고, 중간에 너무 자주 꺾어버리지 않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특히 중요하지만, 사실 인생의 다른 영역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실력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오늘 한 번 더 읽고, 오늘 한 번 더 쓰고, 오늘 한 번 더 배우는 일이 당장 인생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 결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 된다.

복리는 조용하다.

초반에는 사람을 실망시킬 만큼 느리고, 후반에는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 빠르다. 그래서 복리를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 불어나는 공식을 믿는 것이 아니다. 작아 보이는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 상상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종이 한 장은 얇다.

하지만 계속 접히면 달에 닿는다.

작은 자산도, 작은 습관도, 작은 선택도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히 오래 반복되고, 중간에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 위에 쌓이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가 된다.

워런 버핏의 자산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장면이다.

복리는 마법이 아니다. 다만 인간이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긴 시간 동안, 너무 조용히, 너무 성실하게 작동하는 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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